한국 문단의 거장 은희경 작가가 2025년 하반기에 내놓은 신작 장편 소설 [불완전한 초상]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며 문학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20대에서 30대 초반 독자들 사이에서 'MZ세대의 고독을 가장 잘 포착한 소설', '현대인의 불안을 대변하는 필독서'라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열광적인 반응 뒤에는 소설이 미처 해소하지 못한 문학적 한계와 불편한 질문들이 숨어있습니다. 본 논쟁적 서평은 이 소설이 과연 2025년의 시대상을 제대로 담아냈는지, 혹은 익숙한 '은희경 스타일'에 머물러 과거의 향수만을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파헤치고자 합니다.

소설 [불완전한 초상]은 30대 중반의 프리랜서 디자이너 '서가연'을 중심으로, SNS 중독, 워라밸의 붕괴, 그리고 관계의 피로 속에서 표류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립니다. 작가는 특유의 건조하고 지적인 문체로 인물의 내면을 해부하며, 인물들이 겪는 불안과 회의감을 예리하게 포착합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인증샷 문화'와 '피드 꾸미기'에 집착하는 서가의 모습은, 표면적으로는 MZ세대의 특징을 잘 담아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작가가 묘사하는 MZ세대의 고독과 불안이 '세대론'이라는 프레임에 너무 갇혀 있어, 인물들이 겪는 고통이 개인적인 실존적 문제가 아닌 시대적 현상에 대한 단순한 스케치로 머무르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불완전한 초상]의 핵심 논란은 **'시니컬한 시선'**에 있습니다. 은희경 작가 특유의 냉소적인 화법과 지적인 거리는 전작들에서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되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젊은 세대의 감정을 멀리서 관찰하고 해부하는 듯한 태도로 읽힐 여지가 큽니다. 일부 젊은 독자들은 작가가 묘사한 불안과 고독이 1990년대 후반에 만연했던 '도시인의 외로움'을 2025년의 디지털 환경에 단순히 옷만 바꿔 입힌 것 아니냐는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합니다. 예를 들어, 소설 속에서 서가가 겪는 '관계 맺기의 어려움'은 사실 20년 전 세대가 겪었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소설은 현재의 고용 불안정, 자산 격차 심화 등 MZ세대가 겪는 구조적인 고통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주변부로 밀어냈다는 것입니다. 즉, 작가가 제시하는 '초상'이 현대의 불완전성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불편한 초상'이 아니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완성도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합니다. 은희경 작가의 문장은 여전히 정교하고 세련되었으며, 단 하나의 문장도 허투루 쓰지 않는 치밀함이 돋보입니다. 특히 소설이 전개되는 방식은 흡입력이 강하여 독자를 쉴 틈 없이 끌고 갑니다. 소설이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듯 보이는 '해답' 부재 역시 작가의 의도적인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작가는 해피엔딩이나 구원을 제시하는 대신, '불완전함' 그 자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현대인의 유일한 미덕일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결론적으로, 은희경 작가의 신작 소설 [불완전한 초상]은 작가의 명성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관심은 찬사와 비판이라는 양극단에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MZ세대의 필독서'라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 세대 간의 인식 차이와 작가적 관점의 한계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 자체가 소설의 주제 의식을 확장하고, 독자들이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가 충분합니다. 이 소설은 현대인의 불안을 건드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불안의 근원을 파헤치는 데는 주저했다는 평가와 함께, 2025년 한국 문학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기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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