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8.4 (2003.03.28 개봉)
- 감독
- 롭 마셜
- 출연
- 캐서린 제타 존스, 리차드 기어, 르네 젤위거, 퀸 라티파, 존 C. 라일리, 루시 리우, 테이 딕스, 콤 피오레, 도미닉 웨스트, 제인 이스트우드, 로만 포드호라, 치타 리베라, 수잔 미스너, 데니스 페이, 디드리 굿윈, 에카테리나 츠켈카노바, 마이아 해리슨, 니키 레이, 크리스틴 바란스키, 조셉 스코렌

내가 느낀 시카고
미국에서는 2002년에, 한국에서는 2003년에 개봉된 영화 <시카고>는 범죄영화이면서 뮤지컬 영화다. 꽤 유명한 뮤지컬이지만 뮤지컬에 관심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 법하기도 하다. 미국 시트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프렌즈>는 기본적으로 들어봤을 법하지만 <세인필드>나 <How I met your mother>은 못 들어본 사람이 있을 법한 것처럼.
나 같은 경우에는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뮤지컬에 딱히 관심이 없어서 시청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레미제라블> 영화판을 보고 <겨울왕국>을 본 후에 뜬금없게도 <하이스쿨 뮤지컬>과 드라마 <글리>를 거쳐서 보게 되었다. 딱 한 달 동안의 일이지만 그때의 나는 뮤지컬에 꽂혀 있었다.
이 영화는 과하게 매혹적이면서 관능적이었고 암울한 시대상을 담고 있지만 노래는 밝은, 블랙코미디임을 숨기고 있는 블랙코미디처럼 보였다. 예쁘고 인기가 많다고 처벌을 피해가는 시대상이라니, 참으로 냉소적이고 말도 안되지만 가만히 영화를 보고 있으면 헛웃음이 나오고 노래들은 또 신나서 나도 모르게 따라서 흥얼거리게 된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뮤지컬이라고 하면 밝은 분위기에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주연 배우의 고음처리만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 <시카고>에서는 노래를 잘 부른다는 느낌보다는 아, 재즈가 이런 거구나 싶은 느낌만 났다. 결말까지 다 보고나서도 계속 생각하게 되고 괜히 찝찝해진다.
물론 다른 뮤지컬 중에도 결말이 새드엔딩으로 끝나거나 단조의 노래들로 구성된 뮤지컬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중의 일부는 나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시카고>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면서 신나는 노래로 결말부가 끝나는데 주연 캐릭터들의 성공을 보고 있자니 이게 맞는 걸까 싶지만 일단은 해피엔딩이다.
예쁘고 인기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시대가 존재했을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의 모태가 되는 뮤지컬 <시카고>는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픽션이 늘 그렇지만 어디까지가 참고한 내용인지, 어디부터가 가상의 영역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배우 지망생"이 끔찍한 살인사건에 연루된 "불쌍한 피해자"인 것처럼 영화상의 언론에서 다뤄졌다는 것이고, 실체를 알고 있는 관객인 나는 그 사이의 갭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출에 대하여
연출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미술적인 부분에서 볼거리도 충분히 제공한다. 배우들이 끈적하게 부르는 재즈 넘버도 마음에 들었고 그에 걸맞는 파워풀한 안무도 눈여겨서 봤다. 줄거리나 스토리 진행방식에 방해가 되지 않게 상상 속의 장면들은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시켜주었고 꽤나 영리하게 연출이 되어 있다.
연출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극중에서 변호사 빌리가 꼭두각시 인형 놀이를 하는 상상 씬이 끝나고 신문이 나오는 장면이 2000년대 초반이라는 시대를 감안하고 봐도 꽤나 촌스럽고 아마추어스러웠다는 것이다. 다른 장면에서 다 좋았다가 신문이 나오는 장면을 볼 때 뭔가 아쉬웠다. 굳이 신문을 대문짝만하게 클로즈업하고 큼지막한 자막이 지나가는 촌스러운 연출 말고 분명 더 자연스럽고 덜 유치한 방법이 있었을 텐데.

개인적인 평가
사실 영화에 대한 리뷰는 처음 써보는 거라서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글을 쓰는지 많이 참고도 해보고 읽어도 봤다. 그냥 내 블로그에서는 내가 느낀점이나 다 보고 나서 소감, 별점 정도만 쓰고 싶다. 어차피 줄거리, 수상내역 같은 것들은 굳이 내 블로그에서 쓰지 않아도 네이버 영화나 다른 분들이 공들여 써놓은 블로그 글, 나무위키 등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문예창작과를 전공했고 소설이나 시가 주력 전공이었어서 영화를 볼 때 음악이 어떤지 연출이 어떤지 연기는 어땠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내가 영화를 볼 때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줄거리 딱 하나다. 연기가 다소 별로였더라도 줄거리 때문에 끝까지 본 드라마도 있고,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영상미 때문에 끝까지 본 영화도 있다.
<시카고>의 경우에는 나한테는 특이한 케이스인데 음악도 영상도 연기도 다 내 취향이었지만 줄거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내 기준에서는 너무 현실성이 없어보이는 사건이라서 와닿지 않는데 재즈 음악들이 너무나도 내 취향인데다가 벨마와 록시가 너무 예뻤다.
그리고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큰 상을 받았거나 한 분야에서 이름이 굵직한 작품은 억지로라도 보기 싫어도 봐야 할 것만 같은 기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봤다. 중간에 다소 유치한 연출이 있었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봤고 결말의 해피엔딩이 극중의 가해자를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현실을 풍자하기 위해서라고 이해하고 다시 보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내 별점은 ★★★(3.0/5.0)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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