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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킨런: 너겟의 탄생(2023)

by 감상요정 202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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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런: 너겟의 탄생
겁 없는 닭들이 한데 모였다. 전에 없던 불길한 위협이 닥쳐왔기 때문. 그 정체는, 뭔가 수상한 음식을 만들고 있는 인근 농장. 이곳에서 위험에 처한 동족을 구해야 한다.
평점
6.5 (2023.12.15 개봉)
감독
샘 펠
출연
탠디 뉴튼, 벨라 램지, 재커리 리바이, 닉 모하메드, 데이비드 브래들리, 이멜다 스턴톤, 대니얼 메이스, 제인 호록스, 린 퍼거슨

 

 

Chicken Run: Dawn of the Nugget

나의 평점 : ★★☆

 

23년만에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봤지만, 생각보다는 별로여서 실망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영국에서 시작되어...

1편과 비교해보자면 2편은 잔인한 장면이 어느 정도 절제되어 있다. 그렇다고 정말 동화처럼 아기자기한 것만은 아니고, 중간중간 섬뜩한 장면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실제로 영화 중간에 닭 한 마리는 도축되어 너겟으로 만들어졌고, 인간 너겟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느낌은 이 영화를 공포 영화로 보이게까지 만들었다. 물론, 아이디어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 자체로도 좋았지만 그냥 이용가를 조금 높이는 한이 있더라도 진짜로 인간 너겟을 나오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어차피 도축 장면의 피 튀기는 장면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기계에 들어가고 너겟이 나오는 장면만 등장하는데 이럴 거면 아예 미세스 트위디가 기계 안에서 죽는 것이 더 투명하게 작품 의도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개연성도 준비되었고 작품의도와도 맞아 떨어지는데 인간 너겟이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수 있을 기회가 또 어디 있다고 이걸 어떻게 참았을까.

누가 영국에서 제작 된 애니메이션 아니랄까봐 색감이 과장되어있다. 닭들이 도축되는 장면에서는 쨍한 비비드 컬러가, 너겟 공장에 침투한 직후의 날씨묘사는 지랄 맞은 영국 날씨와 꼭 빼닮은 색감과 날씨가 묘사되었다. 닭들이 1편에서 탈출하고 터전으로 삼은 지상낙원은 상대적으로 맑고 화창한 날씨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대조된다.

치킨런 1편은 한국어 더빙판으로 봤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스토리와 목소리 느낌만 얼추 기억난다. 2편은 며칠 전에 자막없이 봤는데 몰리 친구로 나오는 프리즐인가 하는 닭의 악센트가 너무 강렬했다. 남자친구도 어느 지방 사투리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했는데 정말 어느 지역 사투리일까. 우리 커플은 영화를 같이 보고 웃긴 장면을 서로 따라하고는 하는데 강렬한 말투의 프리즐과 고고한 부잣집 고학력 금수저 출신 아주머니의 BBC 아나운서 스러운 진저(진↗쟈→ 이런 식으로 허마이니 빙의해서 발음해줘야 제맛이다)를 요 며칠간 계속 따라했다. (그 다음에는 씽2게더에 나오는 미스 크롤리의 'Pew Pew'를 한동안 따라했다.) 

번역가 분들이나 성우 분들이 열심히 일하신다고 해도 언어적 차이에서 오는 벽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영어권 국가의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는 자막 없이 보려고 하고 있다. 물론, 빅뱅이론 같이 원어민도 이해할 수 없는 대사들이 나오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말이 너무 빠른 경우가 아니면 회화에서 쓰는 단어는 한정되어 있으니 알아 듣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다. 치킨런의 경우에는 듣기는 쉬운데 목소리와 악센트의 개성이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너무 강해서 초반부에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열연하신 성우분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영국에 살면서 이런 악센트... 고급 백화점에서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걸요.

 

치킨런 2 너겟의 탄생

미세스 트위드가 불쌍해

내가 만약 중학생 때쯤 치킨런 시리즈를 봤더라면 닭들이 불쌍하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사회에 찌들고 당장 돈 벌어 먹고 살아야 할 상황이 되니 닭들의 탈출이 해피엔딩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닭들의 탈출으로 인해 생계적 어려움을 또 견뎌내야할 부부가 불쌍하게 여겨지는 것을 보고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마치 둘리 시리즈를 보다가 고길동 아저씨가 불쌍하게 보이는 것과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길동 아저씨는 둘리의 엉뚱한 악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고 치킨런 시리즈는 일방적으로 미세스 트위드를 응원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닭들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어느 쪽도 쉽게 응원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 치킨런 시리즈를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치킨런 시리즈가 공장제 도축업에 대한 풍자와 비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읽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자면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갈등이라거나, 원청과 하청,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글로벌 기업과 빈민국의 노동자들 이런 식으로 위계질서가 작용할 수 있는 관계를 프레임으로 놓고 바라보면 칼로 썰듯이 깔끔하게는 아니더라도 얼추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치킨런에 등장하는 닭들이야 목숨이 달린 문제니까 탈출하는 것이 맞다고 하더라도 너겟 공장에 침투해서 공장을 가동 불가 상태로 망가뜨리면서 탈출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조금 더 보태서 생각해보자면 전쟁은 과연 누군가에게 옳은 일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마냥 가볍게 도살당할 위기에 처한 닭들이 양계장을 탈출해서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해피엔딩, 으로만 읽어내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대놓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문제 의식을 떠먹여주는 작품도 흔치 않은데, 이런 장점이 억지스러운 전개에 묻혀버리는 게 안타깝다.

 

치킨런 2 너겟의 탄생

 

다소 부족해 보이는 개연성

넷플릭스에서 예고편을 볼 때만 해도 세상에 23년만에 후속편이라니 하는 마음으로 개봉일만 기다렸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연출이나 캐릭터들은 그대로인데 개연성은 어째 1편보다 못한 것 같다. 가볍게 보기에는 2편도 나쁘지는 않지만 1편에서의 진한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는 사라져있고, 웃기기 위해서 넣은 거라고 보기에는 억지스러운 장면이나 설정이 있었다. 차라리 이런 억지적인 장면 빼고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 손도 많이 갔을 텐데 다른 장면을 넣어주지 싶을 때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최첨단 기술로 중무장한 너겟 공장에서 홍채인식은 수작업으로 하는 장면이었다. 분명히 웃으라고 넣은 장면일 테지만 다소 영양가 없는 장면으로 보였다. 저 장면을 빼면 클라이막스에서 더 터뜨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애정어린 아쉬움이 있었다.

미세스 트위드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간 이상 인간 너겟이 되어야 했다. 닭들이 말한다는 거나 그런 거는 제쳐 두고, 인간이 들어가면 너겟기계가 작동 안 한다는 설명은 작품 내에 어디서도 없었고 당연히 기름으로 튀겨내거나 할 텐데 조금의 화상 자국도 없이 멀쩡하게 호수에 안착해서는 튀김옷을 떼어내고 멀쩡해지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나무위키에는 이 부인이 드림웍스 메인 빌런으로 분류되어 있던데 사람을 하대하는 모습으로 보면 빌런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인간이 닭을 잡는 행위가 과연 빌런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한 일일까 생각해보면 역시 쉽게 말하고 끝낼 일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몰리가 자유를 운운하는 부분은 스토리 진행을 위해 어거지로 끼워넣은 부분인 것 같다. 몰리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어떻게 탈출을 했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이야기해줬으면 전개가 조금 매끄러웠을 텐데 아무래도 러닝타임에 압박이 있었는지 그런 부분은 생략되어 있다. 갑자기 뜬금없이 지상낙원이고 부족한 것이 없는 곳이지만 갇혀있는 것 같고 바깥세상을 보고 싶어요 하면서 논리 전개가 상당히 부적절하지만 스토리 전개를 위해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버린다. 이런 점 때문에 개연성이 맞지 않아 보였고 작품이 불친절한 것 같았다.

 

애들 보는 애니메이션... 맞지?

영화 중간에 삽입된 Yes, mummy라는 대사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바이어가 이 대사를 뱉을 때의 느낌이 프레젠테이션용 영상에서의 느낌이 아니라 BDSM적인 관계에서 성적인 느낌으로 뱉을 법한 느낌이라서 우리가 잘못 본 거겠지 하고 이 부분을 다시 돌려봤다. 그런데 다시 봐도 치킨너겟을 먹고 뱉을 말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한 대사였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거겠지 싶어서 저녁을 먹으면서 남자친구한데 Uhmmm... Yes, daddy 했더니 기겁하면서 그딴건 따라하지 말라고....

전체적으로 본다고 해도 잔인한 장면이 꽤 있고 선정적인 대사도 있고 결국 너겟이 되지는 않았지만 인간 너겟이 될뻔한 장면도 있고 아동이 보기에는 조금 수위가 높은 것 같다. 조만간 월레스와 그로밋 신작도 넷플릭스를 통해서 개봉할 거라고 하던데 이건 좀 기대해봐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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