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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떠도는 쓸쓸한 재즈: 카우보이 비밥, 과거의 무게를 짊어진 현대인의 초상 (심층 리뷰) 카우보이 비밥은 1998년 방영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수많은 팬들에게 인생 애니메이션으로 손꼽히는 걸작입니다. 화려한 우주 액션과 독특한 캐릭터, 완성도 높은 OST로 유명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겉으로 보이는 스타일 너머에 숨겨진 현대인의 고독과 상실감을 다루는 깊이에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SF 활극이 아니라, 영원히 과거에 갇힌 채 현재의 우주를 유랑하는 이들의 쓸쓸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2071년의 태양계입니다. 인류는 하이퍼 스페이스 게이트라는 기술을 개발하여 태양계 전체로 활동 영역을 넓혔지만, 이는 새로운 황금기가 아닌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했습니다. 게이트 사고로 인해 달 표면은 폭발했고, 지구는 사실상 폐허가 되었으며, 생존자들은 화성.. 2025. 10. 22.
28년이 지나도 에반게리온 TVA가 마스터피스인 이유: 불완전함이 주는 완벽함에 대하여 혹시 인생 애니메이션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1995년에 방영된 신세기 에반게리온(TVA) 시리즈를 꼽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메카닉 액션을 넘어섰습니다. 당시의 애니메이션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고, 현재까지도 수많은 감독과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문화적 현상' 그 자체였죠. 아마 많은 분들이 그 복잡하고 불친절한 세계관에 당황하거나, 특히 TV판의 마지막 두 에피소드에서 멘탈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 에반게리온이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으로 남은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에반게리온이 특별한 첫 번째 이유는 '메카닉'이라는 장르를 완전히 해체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로봇물은 영웅이 탑승한 튼튼한 기계가 악당을 물리치는 권선징악의 플롯을 따랐지만, 에반게.. 2025. 10. 17.
치킨런: 너겟의 탄생(2023) 치킨 런: 너겟의 탄생 겁 없는 닭들이 한데 모였다. 전에 없던 불길한 위협이 닥쳐왔기 때문. 그 정체는, 뭔가 수상한 음식을 만들고 있는 인근 농장. 이곳에서 위험에 처한 동족을 구해야 한다. 평점 6.5 (2023.12.15 개봉) 감독 샘 펠 출연 탠디 뉴튼, 벨라 램지, 재커리 리바이, 닉 모하메드, 데이비드 브래들리, 이멜다 스턴톤, 대니얼 메이스, 제인 호록스, 린 퍼거슨 Chicken Run: Dawn of the Nugget 나의 평점 : ★★☆ 23년만에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봤지만, 생각보다는 별로여서 실망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영국에서 시작되어... 1편과 비교해보자면 2편은 잔인한 장면이 어느 정도 절제되어 있다. 그렇다고 정말 동화처럼 아기자기한 것만은 아니고, 중간중간 섬뜩한 장.. 2023. 12. 26.
이장욱,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현대문학, 2018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 이 책에 대하여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현대문학의 대표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두 번째 시집, 이장욱의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개정판을 출간한다.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꾸준히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은 세계의 접힌 부분들을 펼쳐 읽으며 단정한 문장으로 낱낱의 세계를 건져 올리는 일을 계속해온 이장욱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더욱 세련된 특유의 감수성을 선보이며 인간의 내면과 세계의 실재를 서늘한 눈빛으로 꿰뚫어보는 신작 시 20편과 에세이 1편이 담겨 있다. 전통 서정시의 외형을 허물고 재래의 익숙한 서정과 정형화된 시의 문법을 비트는 파격이 색다른 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익숙한 .. 2023.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