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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베터 콜 사울: 지미 맥길이 사울 굿맨이 되기까지, 완벽한 프리퀄이 남긴 깊은 여운

by 감상요정 2025.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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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 콜 사울은 전작 브레이킹 배드의 조연이었던 속물 변호사 사울 굿맨의 과거사를 다룬 프리퀄 드라마입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6시즌에 걸쳐 방영된 이 작품은, 단순히 전작의 후광에 기대지 않고 그 이상의 완성도와 예술성을 보여주며 미국 드라마 명작의 반열에 당당히 올라섰습니다. 이 이야기는 본명 '지미 맥길'이라는 선량함과 악행 사이에서 고뇌하던 한 변호사가 어떻게 냉소적인 범죄 변호사 '사울 굿맨'으로 타락해가는지를 섬세하게 추적하는 캐릭터 드라마입니다. 브레이킹 배드가 월터 화이트라는 천재의 급진적이고 폭발적인 몰락을 그렸다면, 베터 콜 사울은 지미 맥길의 느리고 점진적이며 처절한 도덕적 붕괴 과정을 다룹니다. 이 두 작품의 대비되는 서사 구조는 시청자들에게 각기 다른 차원의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베터 콜 사울 다시보기를 유도하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베터콜사울

드라마의 핵심 서사는 주인공 지미 맥길의 '선의의 변호사'가 되려는 노력과, 타고난 기질인 '편법과 사기' 사이의 끊임없는 충돌입니다. 지미는 성공한 변호사인 형 척 맥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변호사로서의 삶을 살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형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사회가 그에게 부여한 '슬리핑 지미(미꾸라지 지미)'라는 낙인은 그를 계속해서 그늘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지미가 선한 의도로 시작한 행동조차 결국 편법과 사기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피해를 낳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깊은 안타까움을 줍니다. 이 작품은 월터 화이트처럼 거대한 '악'의 결단이 아닌, 수많은 작은 나쁜 선택들이 쌓여 한 인간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에 대한 인과응보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지미의 주변 인물인 형 척 맥길과의 복잡한 형제 관계는 드라마 초반의 가장 중요한 심리적 긴장감을 조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척의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과 지미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은 지미가 사울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적 요인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베터콜사울

 

베터 콜 사울이 전작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강점은 완벽한 캐릭터 탐구에 있습니다. 특히 지미의 연인이자 동료 변호사인 킴 웩슬러라는 새로운 인물은 이 드라마의 심장부라 할 수 있습니다. 킴은 지미의 천재성을 인정하고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가 가진 위험한 기질을 경계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지미가 사울 굿맨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가장 깊이 연루되어 있으며, 그녀 스스로도 정의로운 변호사라는 이상과 지미와의 위험한 공범 관계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킴 웩슬러의 도덕적 타락과 그녀가 내리는 결정들은 지미의 서사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지며, 많은 시청자들이 베터 콜 사울 명작의 핵심으로 킴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꼽습니다. 킴과의 관계가 파국을 맞이하는 과정은 지미가 '지미 맥길'로서의 마지막 인간성을 포기하고 '사울 굿맨'으로 완전히 정착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베터콜사울

 

한편, 브레이킹 배드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마이크 어만트라우트, 구스타보 프링, 헥터 살라만카 등 주요 범죄 캐릭터들의 프리퀄 스토리도 섬세하게 다뤄집니다. 특히 마이크 어만트라우트의 과거 경찰 시절 이야기와 그가 어떻게 구스타보 프링의 오른팔이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은 그들의 냉혹함 이면에 있는 인간적인 고뇌와 동기를 보여줍니다. 이 서사는 메인 스토리인 지미의 변호사 이야기와 절묘하게 교차되면서, 단순한 '팬 서비스'를 넘어 브레이킹 배드 세계관의 깊이와 통일성을 놀랍도록 확장시킵니다. 마이크의 서사는 지미의 코믹하고 인간적인 서사와 대조를 이루며, 드라마 전체의 톤을 조절하는 묵직한 축 역할을 합니다. 베터 콜 사울은 이처럼 전작의 캐릭터들에게 예상치 못한 인간적인 깊이를 부여함으로써, 프리퀄로서 가질 수 있는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베터 콜 사울은 브레이킹 배드를 계승하고 발전시켰습니다. 빈스 길리건과 제작진은 느린 템포와 미니멀리즘적인 미장센을 통해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합니다. 황량한 뉴멕시코주의 배경,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 그리고 상징적인 컬러 사용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베터 콜 사울은 지미의 내면을 반영하듯 더욱 고독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특히 클로즈업 샷을 통해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감정을 포착하고, 하나의 물건이나 장소를 통해 은유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연출은 베터 콜 사울 명장면을 수없이 탄생시켰습니다. 지미가 사울 굿맨으로 완전히 변신하기 전, 흑백으로 처리된 미래의 이야기('제네')를 매 시즌 오프닝에 배치하여 주인공의 비참한 현재와 비극적인 미래를 예고하는 연출은 시청자에게 끊임없는 긴장감과 서글픔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베터콜사울

 

베터 콜 사울의 진정한 완성도는 마지막 시즌에 있습니다. 드라마는 브레이킹 배드의 시점과 완벽하게 이어지는 프리퀄 스토리라인을 마무리한 후, 흑백으로 진행되던 제네 시대의 결말을 다루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이 마지막 에피소드들은 지미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타인을 위한 희생을 감수하며 사울 굿맨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다시 지미 맥길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월터 화이트가 자신의 행동을 '자신을 위해서'라고 고백하며 파멸을 택했다면, 지미 맥길은 마지막 순간 '킴 웩슬러'를 위해 진실을 고백하고 스스로 법의 심판을 받습니다. 이 결말은 전작의 폭발적인 파국과는 달리, 조용하지만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베터 콜 사울 결말을 완성하며, 이 작품이 단순한 스핀오프가 아닌, 한 인간의 '구원'과 '속죄'에 대한 완벽한 서사였음을 증명했습니다. 지미 맥길의 선택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과 함께 '인간적인 회복'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던져주었습니다. 베터 콜 사울은 이제 브레이킹 배드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평가받는 미드 명작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두 작품을 연속으로 정주행하는 것은 현대 드라마를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경험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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